내가 좋아라하는 배우 문숙. 이만희 감독이 죽은 후 한국을 떠났던 문숙. 은 문숙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내게 의미가 있다. 문숙이 활짝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영화다. 언젠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문숙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40년의 세월을 건너 뛴 모습이지만 여전히 곱고 아름다웠다. 바로 앞에 있어 눈이 마주쳤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지 뭔가. 싸인이라도 받아보는 건데 하며 나의 소심함을 탓했더랬다. 문숙의 마지막 영화인 박남수 감독의 은 70년대 젊음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때 젊은이들은 참 많이도 뛰어다닌다. 혼자 뛰고, 손을 잡고 뛰고, 가방을 빙빙 돌리면서 뛴다. 마치 뛰지 않으면 젊은이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이 영화의 주인공 난영과 진호도 열심히 뛰..
최하원 감독의 는 전형적인 반공영화다. 자유가 없는 지옥과 같은 북한과 자유가 넘치는 평화로운 남한이라는 도식적 이분법은 영화전체를 지배하는 가장 강렬한 이데올로기로 작용한다. 남파 간첩 신정숙(우연정)은 인간은 당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경찰에 체포된 후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로 인해 신분을 숨기고 병원에서 치료하게 되면서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들과의 교감을 통해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남한과 북한을 차별화 시키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인간성에 대한 접근방식을 들고 나온다.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절제해야 되는 환자가 낙담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정숙은 나머지 한쪽 유방으로도 충분히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있으니 슬퍼하지 말라고 말..
어머니의 유골을 들고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 올 만큼 저돌적인 신아는 아버지의 집에 들어가 살겠다고 선포한다. 그러나 아버지 집에서 새어머니와 새 언니의 냉대는 그녀를 너무 힘들게 한다. 무작정 동호와 하룻밤을 보낸 신아는 덜컥 임신을 하게 되고 아버지의 집을 나온다. 신아는 직접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신아를 좋아하는 강일이 새 출발을 해야 한다면서 몰래 아이를 아버지에게 보내버린다. 신아는 아이를 돌려달라고 말도 못한 채 자학에 빠진다. 시간이 흘러 잘 자란 보람은 모든 사실을 알고 친엄마인 신아를 찾는다. 그러나 신아는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거리를 헤맨다. 박용준 감독의 을 보고 나면 뭐, 이런 바보 같은 영화가 다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내러티브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