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영화다 아니다라는 공방속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래서 그 기상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간판을 내려야 했던 영화 을 드디어 보았다. 일제 식민지 시기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였다는 박경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다 보니 민감한 민족주의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라는 수식어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 을 만든 윤종찬 감독의 2번째 프로젝트라는 것에 더 흥미가 있었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내 생각에 윤종찬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화를 잘 만드는 사람 중의 하나였고,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거의 박찬욱과 맞먹는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90억이 들었다는 이 대작은 극장에서 겨우 1주일만에 막을 내렸고, 팬을 ..
윤용규 감독의 을 보고 나면 한편의 서정시를 읽은 듯 차분한 마음이 든다. 더불어 어머니를 그리워 하는 도성의 안타까운 사연에 가슴 한쪽이 묵직해져 온다. 1949년에 개봉된 은 아마 광복 이후 4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 중 가장 걸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당시의 영화들이 대부분 유실되어 비교해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걸작이라는 말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을 관통하는 정서와 비애감을 드러내는 유려한 카메라와 편집 등 내용과 더불어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1948년에 개봉되었던 최인규의 와 비교해 봤을 때, 그 일취월장한 완성도가 이후 50년대 영화와 비교해봐도 전혀 손색이 없고,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 도성은 자신의 어머니도 서울아씨(최은희)처럼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감독인 윤용규가 이..